해동 중 터지고 식감 좋지 않아
수많은 실험 거쳐 시행착오 끝 완성
밥 줄이고 채소 늘려 다이어트·비건식 전환
품질 등에 업고 공격적 마케팅
200여 제품 출시 매출 가파른 상승세
“김밥을 얼린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미쳤냐는 반응이었어요.”
국내 최초로 냉동 김밥을 개발해 미국과 일본 등에 수출하고 있는 ‘복을만드는사람들’(이하 복만사)의 조은우 대표는 냉동 김밥을 처음 선보였을 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김밥은 즉석식이라는 고정관념은 물론 냉동 후 밥의 식감 변화 등 극복해야 할 난관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은 김밥의 세계화라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의 대중 음식인 김밥이 해외시장에선 ‘새롭고 건강한 간편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복만사는 김밥 세계화의 선두주자이자 국내산 농산물을 식재료로 활용해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조은우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먹거리’에 대한 꿈을 품고 있었다. “경주빵이나 천안 호두과자처럼 경남 하동을 대표할 수 있는 식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지역 농산물 사용을 원칙으로 삼고 처음엔 호떡을 만들었다. 그러나 겨울 간식이라는 한계와 저가 이미지 때문에 시장 안착에 실패했다. 이후 20㎝ 크기의 치즈스틱을 개발했지만 수입산 식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어 창업 당시의 취지와 맞지 않아 고민이 깊어졌다.
“과연 국산 농산물로도 성공할 수 있을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했다. 그 전환점은 한 외신 보도를 통해 찾아왔다. 그는 “일본 무인양품에서 ‘코리안 스타일 스시’라는 이름으로 김밥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며 “내가 만든 김밥을 일본에 수출한다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관에 봉착했다. 냉동한 김밥을 전자레인지에서 해동하는 과정에서 터지면서 제품 형태가 유지되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김도 접목했지만 식감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해법을 찾기 쉽지 않았다. 조은우 대표는 “편의점에서 김밥을 구매해 냉동 후 해동했지만 다 터지더라. 두꺼운 김을 쓰면 어느 정도 형태가 유지되지만 질긴 식감으로 먹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김밥이 터지는 이유 중 하나는 식재료의 수분이다. 조 대표는 “페트병의 물을 냉동실에 넣으면 서서히 얼면서 부푼다. 수분이 함유된 김밥도 마찬가지”라며 “김밥을 말기 전에 식재료 수분을 제거하는 기술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복만사는 수많은 실험 끝에 오랜 연구 끝에 김밥이 부풀어 오르기 전에 얼리는 ‘수분 제어 기술’과 ‘급속 냉동 기술’을 개발했다. 또 냉동 후에도 밥이 퍼지거나 질지 않는 기술과 진공포장 기술로 상품성을 높였다. 특히 재료 배합부터 김 선택, 밥의 점도까지 조절해 최적의 맛과 품질을 구현해냈다. 김밥을 3분 안에 고르게 데울 수 있도록 전자레인지 전용 트레이도 개발했다.
‘다이어트 식품’ ‘비건식품’으로 콘셉트 전환
하지만 처음 냉동 김밥을 개발했을 때만 해도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조은우 대표는 “한국에서는 분식집에 가면 바로 김밥을 말아주는데, 일반 김밥보다 비싼 냉동 김밥을 누가 일부러 사먹겠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일본 수출도 시도했지만, 쌀가공품에 부과되는 높은 관세 장벽 앞에 좌절을 맛봐야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냉동 김밥의 콘셉트를 과감히 전환했다. 밥의 비중을 줄이고 당근 등 채소를 늘리는 등 식재료 구성을 바꾸었다. 여기에 곤약과 현미 등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재료를 더하면서 제품에 ‘건강’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입혔다.
이러한 전략은 ‘다이어트 식품’, ‘비건 식품’이라는 입소문으로 이어졌고,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조 대표는 “얼린 밥을 해동해 먹으면 일반 밥보다 칼로리 흡수율이 낮다”며 “우리 제품은 이미 얼린 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위한 간편식으로 마케팅 할 수 있었다. 이런 차별화가 인기를 끌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2021년 5월 마켓컬리에 입점한 후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업체들의 관심과 주문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국내에서 열린 국제식품박람회는 복만사에 또 하나의 기회였다. 이 자리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며 본격적인 수출 가능성이 열렸고, 미국 시장 진출의 계기가 됐다.
미국·일본 등 20여개국 시장 개척 성공
조은우 대표는 “미국 유통업체에 입점한다고 해서 제품이 자동으로 잘 팔리는 건 아니었다”며 “미국 내 5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트레이더 조와 협업해 SNS를 통한 신제품 마케팅을 진행했고, 김밥을 먹는 소비자 참여형 ‘SNS 챌린지’가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복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과 품질 경쟁력은 빠르게 효과를 거뒀다. 현재는 미국인의 약 70%가 김밥을 알고 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아졌고, 미국·일본 등 20여개국 시장을 개척할 만큼 성장했다. 국내 김밥 제조기업으로 유일하게 미국 FDA(식품의약국) 현장 실사 승인을 받기도 했다.
실적 또한 가파른 상승세다. 연 매출은 2022년 42억3400만 원, 2023년 56억9300만 원, 2024년 100억 원을 기록하며 2년 만에 두 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수출액도 6억7600만 원(2022년)에서 13억3000만 원(2023년), 32억9300만 원(2024년)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장마다 다른 요구 조건과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고려한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결과다. 복만사가 출시하는 김밥 종류는 우엉유부 비건김밥, 일품잡채 비건김밥, 고추장비빔밥 비건김밥, 할랄인증 해초김밥, 코셔인증 버섯김밥, 비건인증 채식김밥 등 200가지에 이른다.
국산 농산물 사용 ‘원칙’
쌀부터 시금치·당근·깻잎 등
하동·인근 지역서 적극 조달
‘K-푸드’ 새로운 가능성 제시
냉동 김밥의 수출은 ‘한국의 김밥 문화’를 해외에 소개하는 것을 넘어, 국내 농산물 소비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복만사는 김밥의 핵심 재료인 쌀, 시금치, 당근, 우엉, 깻잎 등을 경남 하동을 비롯한 인근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조달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 사용한 국산 농산물은 총 438톤에 달한다. 이 중 쌀은 하동지역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58톤, 일반 매입으로 80톤, 타 지역 매입으로 120톤 등 총 258톤을 사용했다. 당근, 양파, 시금치, 양배추, 청양고추 등은 타 지역에서 180톤을 공급받았다.
조 대표는 “김밥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큼 국내산 농산물 사용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있다”며 “단순한 원료 구매를 넘어 지역 농가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수출을 위한 품질 기준과 위생 요건 등을 충족하려면 일정 수준의 가공 시설이 갖춰진 곳에서 조달하는 것이 불가피해, 하동산 농산물 외에도 타 지역 생산물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복만사의 사례는 FTA 시대,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수입 개방이 불가피한 시대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식품 개발과 수출은 생존을 넘어 성장을 위한 전략이 된다.
조 대표는 “냉동김밥을 통해 K-푸드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다”며 “해외 소비자들에게 김밥이 알려지면서 대기업 등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출시장에선 저가 경쟁과 낮은 품질의 김밥 수출 등 출혈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김밥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로컬기업이 국내산 농산물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아이템을 찾아 시장개척을 해왔다. 그런데 자본주의 논리로 우리 같은 기업이 무너진다면 어느 누가 농촌에 내려와서 이런 도전을 하겠느냐”며 “정부가 우리 같은 로컬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 등을 고려해 달라”고 호소했다.
“우리 회사 이름인 ‘복을 만드는 사람들’은 ‘좋은 식재료를 갖고 로컬기업이 제품을 정직하게 만들고 복을 담아 사람들에게 나누겠다’는 의미다. 전 세계 사람들과 음식을 통해 행복과 건강을 나누겠다는 뜻으로 사회적 기업으로 시작했다”라며 “우리나라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 김밥과 한국산 농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 내에서 더불어 잘 사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소신을 밝혔다. 그 꿈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 공동기획 :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한국농어민신문
출처 : 한국농어민신문(http://www.agrinet.co.kr)